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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직장 생활 - 병가

일상생활
Author
Daniel
Date
2018-04-21 07:57
Views
2071
독일에 와서 4개월 뒤, 독일에 오자마자 회사를 다녔으니, 입사하고 4개월 만에 엄청 지독한 감기에 걸렸어요. 전날에도 으슬으슬 춥고 몸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아직 몸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 중인가보다 하며 약도 안먹고 가볍게 넘어갔죠. 그런데 다음날 출근하려고 몸을 일으키는데 정말 죽을 것 같더라구요. 열때문에 머리가 빙빙돌고 온몸에 오한과 몸살로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그래도 그렇게 아픈 와중에 입사 4개월 차 신입이 그날 아침에 연락해서 아프다고 못나갈 것 같다고 이야기 하는건 한국인의 정서상 절대 그러면 안될 것 같은 기분이었기에, 무거운 몸을 이끌고 겨우겨우 회사에 출근을 했어요.

누가봐도 제 상태가 나빠보였고 출근하자마자 독일인 매니저S는 저한테 오더니 당장 짐을 싸서 집으로 가서 쉬라고 하더라구요. 완전 등 떠밀리듯이 쫒겨났지만, 나름 아침에 와서 얼굴이라도 비추었으니 그래도 어느정도 마음은 가볍게 집으로 돌아갔어요. 그 날 오후에 사장님이 전화와서는 굳이 내일도 아프면 힘들게 나오지말고 몇일동안 그냥 푹 쉬고 제대로 나은 후에 출근하라고 하더라고요. 처음엔 사실 이게 비꼬는 말인지 진심인지 헷갈렸지만, 사장님이 말씀하시길, 독일에서는 조금이라도 아프면 출근하지 않고 푹 쉬어서 빨리 회복하는 것이 제일 좋고, 독일에서는 굳이 아픈몸을 이끌고 출근해서 일하는 것을 더 나쁘게 생각한다고 하시더라구요. 다른 동료들에게 제 병을 옮길 수도 있으니까요. 병가 처리 해줄테니 아무런 걱정하지 말라고 하셨어요.

알고보니 독일은 병가 쓰는 것이 매우 자유로운 나라라고 하더라구요. 독일 노동법으로 1년동안 6주까지 유급병가(월급 100%)가 가능하도록 되어있고, 6주 이후로도 공보험으로 70%나 보장해준대요. 물론 유급병가 기간은 휴가일수와 전혀 무관하게 계산되고요. 하지만 3일 이상의 병가를 내야할때는 병원의 진단서가 필요해요. 병원에 진찰받으면서 회사에 제출할 용을 달라고 하면 작성해 주더라구요.

사실 몸이 아프면 쉬는 것이 당연할 법도 한데, 한국회사 다닐때는 아파서 쉰다그러면 괜히 눈치보였던 것 같아요. 아파서 내가 할일을 남한테 맡겨야 하니까 민폐기도 하고, 괜히 상사가 "나도 그렇게 아팠을때 일했는데 너는 뭐야?" 아니면 "죽을 만큼 아픈거 아니면 일할 수 있는거 아니야?" 라고 생각할 것 같기도 하구요. 아플땐 그런점이 정말 서럽게 느껴지다가도 정작 저도 누군가 아프다고 쉰다 그러면 진짜 아픈건지, 아픈걸 핑계로 쉬고싶은 건지 괜히 진짜 확인해보고 싶기도 하고 믿지 않기도 했던 것 같아요.
독일은 학교에서 부터 병가에 대한 인식이 다른 것 같아요. 우리 나라는 곧 죽어도 개근상, 이게 바로 성실함의 척도인데, 독일에서는 아픈 아이 학교보냈다가는 몰상식한 부모가 되버리거든요. 아픈 아이가 학교에 나오면 다른 아이들에게 까지 병을 옮긴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아이가 아프면 학교에 나오지 않아도 되니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게 해야하고, 집에서 쉬어야하는 것이 독일인의 기본적인 마인드죠. 아프면 학교에 나가지 않고 쉬어야 하는 것이 너무나 기본적인 환경에서 자라온 아이들인 만큼, 직장에서도 당연히 그런 문화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봤어요.



[출처] 독일 직장 생활 - 병가|작성자 Dani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