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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회사의 낯선 업무 방식

일상생활
Author
Daniel
Date
2018-04-01 21:42
Views
1974
싱가포르에서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직장생활을 한 후, 독일로 오게 됐고, 3년 가까이 무사히 직장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는 중이에요. 오늘은 처음에 이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느낀 낯설었던 독일의 업무 스타일에 대해서 적어보려 해요. 이 포스팅은 정말 주관적인 견해로 적었다는 것을 감안해주세요.

오늘은 아무래도 제 매니저 S의 얘기가 많이 나올 것 같아요. S는 제 직속상관이자, 제가 정말 존경하는 매니저에요. 우리 회사에서 20년을 근무했어요. 20년도 놀랍지만, 우리 회사가 S의 첫 직장이라고 하더라고요.

뮌헨 호프브로이

일을 주지 않는다?
처음 입사하고 한두 달은 한 것이 정말 없는 것 같아요. 어쩌다 사장님이 S를 불러 어떠어떠한 것을 가르쳐줬으면 좋겠다. 할 때만 S의 방으로 들어가서 배우고, 그 이후에는 그 방에서 나와 눈치 보며 일을 찾아다녀야 했어요. 처음엔 내가 마음에 안 들어서 그런가, 독일어가 안 통해서 그런가, 별의별 생각을 다했었죠. 두 달 정도까지는 어쩌다 하루에 한, 두 개씩일들을 가르쳐 주었지만, 저에게 주어진 정확한 업무가 없어서 딱히 써먹을 곳이 없었어요. 대부분의 일을 S가 했거든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인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S는 정신없이 바쁘게 일했고, 저는 계속 옆에서 거드는 정도였죠. 이제 와서 안거지만, S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차근히 일을 알려준 거였고, S는 당연히 S의 일이었기 때문에 자기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거였더라고요.

나의 일은 나의 일, 너의 일은 너의 일
지금은 많이 적응된 부분이지만, 처음에 제가 제일 적응하기 힘들었던 부분은 업무 분담이었어요. 저에게 S가 하던 일들이 넘어오게 되면서 담당업무가 생기게 되니, 정말 S가 그 부분에서 모두 손을 떼더라고요. S가 담당하던 일이라 신경이 쓰일 법도 같은데, 제 업무로 변경이 되고 나서는 절대 터치하지 않았어요. 저는 당연히 S가 내 매니저니까 모든 일을 보고하고 진행하라는 대로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수시로 보고는 따로 하지 않아도 되고 제가 결정해서 진행해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초보인 저한테 모두 맡긴다는 느낌이 처음엔 참 적응 안 되고 부담스러웠어요. 예전 회사 근무할 때는 항상 근무 일지도 써야 했고, 컨펌받지 못한 일을 했다간 과장이 난리를 쳤었거든요. S는 제가 주도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줬고, 만약 진행상의 문제가 생기면 S가 해결하려기보다는 조언을 해주고 제가 직접 상황을 풀어나가게 도와줬어요. 지금은 제가 제 일을 누구의 판단에 매달리지 않고, 능동적으로 주도적으로 할 수 있게 되면서 일을 더 좋아하게 됐어요. 지금도 S와 제 일은 같은 맥락이긴 하지만, 한 분야에서도 이 부분은 나의 일, 저 부분은 너의 일, 이렇게 구분 지어서 서로 터치하지 않고 자신의 일에 집중해요. 이게 더 훨씬 일의 속도도 빠르고 생산성이 높다는 생각이 들어요.

일하는 시간엔 일만,
우리 회사 특성상, 업무가 거의 오전에 밀려있어요. 오전엔 정말 정신없이 바쁜데, 오후가 되면 생각보다 널널한 날이 많아요. 그런 날엔 보통 컴퓨터로 딴짓도 많이 하기 나름인데, S는 절대 그런 게 없어요. 그렇게 비는 시간엔 자기 자리를 청소한다던가, 회사 재고품에 녹을 방지하기 위해서 기름칠을 한다던가, 심지어 할 일이 없으면, 책상에 가만히 앉아서 창밖을 바라보고만 있어요. 어떻게 보면 참 시간이 아깝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대단하기도 해요. 보통 독일인들은 근무시간에 딱 일만 하고, 딴짓을 하는 것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생각하더라고요. 정해진 근무시간 동안은 정말 100% 일에 집중해야 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매니저랑 연락이 안 돼요
저는 S의 개인 연락처를 몰라요. 사장님도 S의 개인 연락처를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아이러니한 건 매니저의 집 번호는 알고 있어요. 집 번호는 정말 위급한 일이 있을 때를 위한 것이고, 정말 위급한 일이 있지 않는 이상은 휴가라든지, 근무시간이 끝나면 절대 연락하지 않아요. 물론 이건 저한테도 해당해요. 회사에서 개인의 시간을 매우 존중해 준다는 것을 느낄 수 있어요.

당당히 몰라요.
S는 가끔 당당히 얘기해요. 이건 내가 모르는 부분이야, 사장한테 가서 물어봐! 사실 이게 한국에서는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요. 처음에 무척 당황스러웠어요. 하지만 이렇게 얘기하는 것도 우리 회사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아요. 당연히 모르면 더 잘 아는 사람한테 물어봐야 하고, 책임질 수 없는 일은 처음부터 손대려고 하지 않아요.

야근? 먹는 건가요?
독일은 법적으로 하루 10시간 이상 근무가 금지되어있어요. 그래서 야근이라고 해봤자 2시간 더 근무하는 셈이죠. 그래서 오전 8시 출근 최대 저녁 7시까지 근무할 수 있어요. 하지만 보통 아무도 야근하지 않고 퇴근 30분 전부터 퇴근을 준비해요.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게 하다 보니 저도 이게 당연해지더라고요.
[출처] 독일 회사의 낯선 업무 방식|작성자 Dani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