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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회사 첫 출근, 복장은 어떻게 입지?

일상생활
Author
Daniel
Date
2018-03-26 07:06
Views
2639
첫 출근을 앞두고 복장이나 화장 때문에 고민에 빠졌어요. 독일에 몇십 년 만에 찾아온 폭염이었던 정말 더운 여름날에 첫 출근을 하게 되었거든요. 제가 한국에서 가지고 온 출근 복장이라고는, 얇지만 긴팔 블라우스에 검정 치마, 검정 바지 정장들.. 그 해 여름은 정말 상상 이상으로 덥더라고요. 다행히 그늘에 가면 시원했지만 그늘만 벗어나면 쨍쨍 그대로 내리쬐는 뙤약볕에 녹아버릴 것 같았어요. 하지만 그래도 명색이 첫 출근인데라는 생각에 그 더운 날씨에 긴팔 블라우스와 치마에 스타킹까지 신고, 최대한 단정하게 입었다 생각하고 출근을 했어요.

독일 여름 호수


그렇게 첫 출근, 제 매니저는 청바지에 면 반팔 티를 입고 출근했고, 사장님도 반팔 카라티에 면바지를 입고 출근하셨더라고요. 모두 복장이 매우 편해 보였어요. 괜히 첫 출근 엄청 티 낸 것 같은 느낌에 뻘쭘했어요. 사장님께 여쭤보니 따로 복장 규정은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괜히 덥고 불편한데 정장 입고 다니지 않아도 된다면서 웃으셨어요.

사무실은 에어컨 덕분에 괜찮았지만 다 같이 점심 식사를 하러 식당에 갔는데, 정말 너무 더워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했어요. 독일은 대부분의 식당에 에어컨이 없거든요. 고급 레스토랑이나, 정말 더운 날에는 에어컨을 틀지만, 보통 문을 열어둔다거나 에어컨 자체가 설치되지 않은 식당들이 대부분 이더라고요. 그날 이후로 저는 절대 여름에 정장을 입지 않아요.

그렇게 첫 출근 이후로 저는 블라우스는 바로 치워두고, 여름엔 항상 반팔 티, 청바지, 가끔은 반바지도 입고 출근을 해요. 겨울에는 후드 티나 맨투맨을 자주 입죠. 가끔 정장식으로 깔끔하게 차려입으려고 노력하는 날은 한국 고객들이 독일에 방문할 때에요. 몇 번 평소에 입는 복장으로 한국 고객을 만난 적 있었는데, 독일인들은 그렇게 입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았는데, 우리 회사에 유일한 한국인인 제가 그렇게 입으면 신기하게 보시는 것 같더라고요.

4계절 내내 여름인 싱가포르에서 근무할 때는, 반바지가 무릎 위로 올라와서 너무 짧다고 혼나고(무릎 위 2~3cm 정도, 절대 짧은 바지가 아니었음), 펀칭되어있는 티셔츠를 입었다가 야하다고 혼나고, 화장을 안 한 날엔 화장을 못하는 애도 아니고 왜 회사에 화장을 안 하고 다니냐고 혼나고, 결국 나중엔 항상 회사 작업복 겸 유니폼만 입고 다녔어요. 그래서 독일에서 첫 출근할 때 복장을 더 신경 썼던 것 같아요.

커리부어스트, 감자튀김&마요네즈


독일에서는 보통 사람을 만나는 영업직이 아니라면 복장 규정은 까다롭지 않은 것 같아요. 복장뿐만 아니라 메이크업이나, 피어싱, 문신도 자유로운 편이에요. 그렇다고 트레이닝복을 입고 다니진 않지만,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은 자전거 슈트를 입고 출근하기도 하고, 대부분 청바지에 티셔츠 차림으로 출근해요. 진하게 스모키 메이크업을 즐겨 하는 사람들도 있고, 메이크업을 아예 안 하는 경우도 많아요. 저도 독일에 와서는 거의 메이크업을 안 하고 다니는 편이에요. 피어싱이나 문신을 하고도 편하게 다니지만, 외부 미팅이나, 영업직에 있는 사람은 그때만 피어싱을 빼거나 문신은 옷으로 가리면 상관없어요. 온몸에 문신이 있는 제 친구도 어차피 고객을 만날 때는 정장을 입으면 문신이 안 보여서 상관없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워낙 평소에 편하게만 입고 다니는 스타일이라, 만약 제가 한국에서 일했다면 회사 다닐 때 입을 수 있는 옷, 평소에 입는 옷 따로따로 사야 했을 것 같아요. 또 그것도 계절별로 똑같은 옷을 자주 입을 순 없으니 분기별로 옷을 구매했을 것 같고요. 독일에서 일하고 나서는 옷 걱정을 할 필요가 없으니 심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얼마나 이득인지 몰라요.

[출처] 독일 회사 첫 출근, 복장은 어떻게 입지?|작성자 Daniel